음식물쓰레기 분쇄처리기(디스포저)에 관한 진실

*熙* 2023. 4. 23. 13:50

난이도를 떠나서,

내가 평소 가장 하기싫은 집안일은 음식물쓰레기 처리다.

모아놓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것만 얘기하는게 아니라,

요리하거나 설거지 하고 남은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하고 보관하고 버리는 과정 전부.

이유는 일단 더럽고, 냄새나고, 벌레꼬이기 때문.

지금은 음식물쓰레기를 냉동실에 보관하고 있는데,

일단 위생적으로도 문제지만, 냉동실 한칸을 음쓰가 차지하는 바람에 냉동실 공간도 줄어든다.

 

그래서 음식물쓰레기처리기를 알아보게 되었는데,

음식물쓰레기처리기는 일단 크게

1. 싱크대에 설치하는 설치형

2. 별도로 사용하는 단독형

의 두 가지로 분류가 가능하다.

단독형은 따로 별도의 자리를 차지하는데다가,

처리 과정에서 냄새가 나고 (그래서 보통 필터가 있음)

수챗구멍의 음쓰를 모아서 꺼내는 것 자체가 수고이기에...설치형을 사고 싶었다.

일단 인터넷 검색부터 시작.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로 검색하면 나오는 제품의 상위는 대부분 단독형이다.

일단 설치형은 따로 설치해야한다는 번거로움에서 일단 접근성이 떨어지나 보다.

단독형의 장점들도 있겠지만, 일단 나는 설치형으로 마음을 정한 터라 패스.

그래서 검색조건에 싱크대설치형으로 다시 검색해보니

 

 

 

이런 제품들이 나온다.

이런건 디스포저(Disposer)라고 해서

쉽게 말해 싱크대에 음식물을 넣고 갈아서 그냥 하수구로 버리는 방식인데,

원래 국내에서는 1995년부터 디스포저가 불법이다가,

2012년에 조건부로 디스포저의 사용이 합법화되었다.

 

 

 

디스포저의 사용은 주방일 중 하나를 크게 경감시키지만,

하수도 막힘과 환경에의 영향도 있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논의를 거쳐 합법화되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음식물찌꺼기 고형물의 20%만 배출하고,

80%를 회수하는 제품에 대해 제한적으로 판매가 허용되었다.

다만 이렇게 되면, 결국 음식물쓰레기를 갈아서, 80%를 회수해야 하기에

음식물쓰레기 처리기의 효용이 정말 있는가? 하는 문제가 있어서

 

 

 

추가로, 100%를 모두 갈아서 버리는 경우에 대해서도 하수구 정비가 잘 된 일부 지역 (주로 신도시)

에 대해 허용하려는 시도도 있었으나, 결국 무산된 것 같다.

 

사실 디스포저에 대해 알아보면서 가장 궁금했던게,

분명 합법인 제품이려면 고형물을 80% 수거해야 하니

그럼 매번 음식물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찌꺼기를 회수해야 한다는 얘기인데,

시중에 팔리는 디스포저들이 모두 합법이라고 광고하지만

회수하는 찌꺼기 얘기는 어디서도 언급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분명 요즘은 사용자들도 찌꺼기를 회수하지 않고 다 버리는 제품은 불법이라는걸 많이들 알고 있지만

찌꺼기를 매번 수거해서 버려야 한다면 디스포저를 쓰는 이유가 거의 없지 않나?

근데 그런 불만도 사용기엔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이런 식으로 제품 Q&A에 2차처리기에 대해 질문해도, 보통 두루뭉술하게 대답하거나

혹은 그냥 고객센터로 연락달라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

그래서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관련 법령과 테스트 방법을 다시 좀 살펴보았다.

 

주방용오물분쇄기의 판매및 사용금지 법령에 따르면,

현재 합법으로 팔리는 제품들은 고형물 무게 기준 80%이상 회수되거나 20% 미만으로 배출되는 제품이고

여기서 가장 중요한건, 고형물 80%이상 회수 or 20% 미만 배출 

다시말해 and 가 아니라 or 라는 점.

그래서 보통 시험 결과는 보통 배출률과 회수율 둘 중 하나만을 충족시킨다.

 

 

 

주방용오물분쇄기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인증제품 현황을 볼 수 있는데,

 

 

 

리스트의 각각의 제품 별로 이러한 정보가 나온다.

여기서 보통 테스트 결과가 나오는데, 디스포저의 인증합격기준은 회수율과 배출률을 선택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모든 제품들이 회수율이 아닌 배출률 기준으로 인증을 받는다. 

참고로 위의 제품같은 경우, 원래 제품은 미국 웨이스트킹의 WKI-8000 제품인데

국내 인증을 받기 위해 2차처리기 (거름망)을 부착한 제품이다.

 

 

 

재미있는건 다른 회사에서도 같은 웨이스트킹 제품에 다른 2차처리기만 붙여서 팔고 있음.=_=

결국, 그냥 갈아서 다 버리는 기본 디스포저 제품에 적절한 거름망을 달면,

고형물 배출률을 조절할 수 있고, 대부분 업체들이 그렇게 해서 인증을 받고 판매가 되고 있다. 

  

근데 다시 내 궁금증으로 돌아가서...

그럼 2차처리기의 음식물찌꺼기는 80%가 남는다는건데, 그럼 그걸 자주 비워줘야 하고,

그럼 디스포저를 쓰더라도 음쓰를 계속 모아서 버려줘야 하니 귀찮지 않나? 

 

결론부터 먼저 말하면, 매번 음식물찌꺼기를 버려주지 않아도 된다.

근데 어떻게? 남는 찌꺼기는 어디로 가는 거지?

이걸 확인하기 위해 디스포저의 고형물배출률 인증시험 방법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찾아봤는데,

 

 

다행히 이런 보고서를 찾을 수 있었다.

보고서를 보면 측정 방법에 대한 힌트를 좀 얻을 수 있는데,

 

 

 

  일단 회수율은 배출수를 모두 받아서 전량건조시키는 방식으로 측정된다.

배출수를 고운 체로 걸러서 측정한다거나 하면  빠져나가는 음식물찌꺼기가 있을 수 있지만

전부 받아서 건조시키는거라 그런 오류는 없다.

 

 

디스포저 내부에 찌꺼기로 잔류하는 양이나 자연기화되는 양 때문에 배출율과 회수율의 합이 100%가 되진 않지만

이정도면 꽤 엄밀하게 측정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럼 도대체, 2차처리기 거름망에 남는 회수된 음식물찌꺼기는 어디로 가는 걸까?

매번 회수하지 않으면 그 양이 엄청나서 금새 2차처리기가 모두 찰 것 같은데...

어떤 디스포저 후기를 살펴봐도 그렇게 자주 찌꺼기를 비워준다는 얘기는 없고

심지어 주변에 디스포저를 쓰는 사람도 6~12개월에 한번정도만 청소해주면 된다고 했다.

 

답은, 썩어서 없어진다

 

정확히는, 없어진다기보다 부패되어 분해된 후 부피가 줄어들어 거름망을 통과해 배출된다는게 맞겠다. 

2차처리기내에 들어있는 음식물 찌꺼기는 이미 꽤 잘게 갈린 상태이고, 

그 상태에서 오래 놔두면 자연적으로 부패가 진행되어, 갈린 입자의 크기는 더 작아진다.

그러면 그 작아진 입자는 거름망을 통과해 하수도로 배출되는 것.

그래서 2차처리기의 찌꺼기를 오랫동안 놔뒀다가 청소하는 경우 

내부의 악취가 매우 심하다는 후기를 볼 수 있다. 썩은 거니까...

그리고 주변 디스포저를 쓰는 사람도, 2차처리기는 일년에 한두번 청소하는데 냄새가 매우 심하다고 했다.

이건 내부의 음식찌꺼기가 장기간 축적되고 부패하면서 냄새가 나기 떄문.

이는 대부분의 디스포저에 해당되는 얘기인 것 같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긴 한데, 

 

 

 

디스포저를 검색하다가 찾은 이 제품은 

2차처리기가 바디 옆에 달려있는 형태가 아니고 일체형인데,

 

 

 

구조상 거름망이 맨 위에 있다.

동영상 사용기를 찾아보면 나오는데,

수챗구멍에서 갈아서 나오는 찌꺼기를 즉시 회수하는 방식.

싱크대 음식물탈수기에 분쇄기가 결합된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원래의 20%배출 80%회수 취지에 가장 적합한 방식이기는 한데,

문제는 음식물찌꺼기를 매번 모아서 따로 버려줘야 한다는 점...

그냥 음식물쓰레기 부피가 좀 줄어든다 정도의 장점이 있겠다.

 

일반적인 디스포저와 다른 또 하나의 방식으로는,

분쇄 건조형 방식이 있는데,

이건 사실 디스포저라고 하기에는 뭐하고,

음식물쓰레기를 갈아서 처리한다기보다는 음식물쓰레기에서 수분을 짜내고 남은 찌꺼기를 건조하는 방식.

착즙기와 비슷한 원리라고 보면 된다. 

남은 찌꺼기는 아래의 수거통에서 건조되는데, 가열을 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고

그냥 24시간 돌아가는 팬을 이용해서 수분을 날리는 것.

 

 

 

여튼 디스포저는 어떤 방식이든 20%는 하수도로 배출이 되기 때문에, 

전국 각 지자체에서 시행중인 음식물쓰레기감량기 사업의 지원을 받을 수 없다.

물론 우리동네는 이런 사업 안하기 때문에 상관도 없지만...

 

요약하면,

시중의 대부분 디스포저는 음식물쓰레기를 갈아서 20%만 하수도로 내보내고

나머지 80%는 2차처리기 내에 남아 있지만,

남은 80%는 자주 회수하지 않으면 장기간 보관되는 동안 부패되어 분해되고, 결국 하수도로 배출된다.

 

이렇게 보면, 요즘 나오는 2차처리기에서 미생물을 이용해 분해하여 하수도로 흘려보내는 방식이나

일반 디스포저나 결과적으론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어차피 미생물 분해로 하수도로 흘려보내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