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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산 첫날

가와구치코에서의 두번째 아침.

후지산 계획에서 걸리는 게 두가지 있었는데,

하나는 날씨, 두번째는 루트.


원래 지난 11월에 후지산에 왔을 때는 비등반 시즌이라 버스도 별로 없고, 눈때문에 어느 이상은 위험해서 정상에 갈 수 없었기에 

등산 시즌인 여름에 가보려고 한 것인데, 


문제는 

1. 7월이 장마 시즌이라는 것.

2. 요시다 루트는 8.5합목(合目)에 낙석이 있어 그 이상 올라가지 못함.


2번의 문제 때문에 고템바 루트를 고려했으나, 

고템바 루트의 경우 산장이 거의 없는 데다가, 등반 시작일이 7월 1일부터가 아니라서  그 산장조차 열었는지도 모르는 상황

그러다가 요시다 루트 6합목의 세이칸소(星観荘)에 보낸 메일에 예약이 된다고 답이 왔길래 그냥 요시다 루트로...

어차피 날씨 때문에 정상을 밟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니...


일단 일기예보는 이런 상황.

비도 비지만, 바람이...ㄷㄷㄷ 게다가 천둥번개도...ㄷㄷㄷ

우비를 사긴 했지만, 비바람이 몰아치면 일단 상의는 그렇다치고 방수가 안되는 하의가 다 젖을게 뻔해서

편의점에서 비옷 바지를 팔길래 사두었다.



아침에 호텔 밖 창문으로 한 컷.

역시나 후지산은 보이지 않고, 날씨도 좋지 않다.



일단 가와구치코 역으로 와서 버스를 타야 하는데



짐을 다 들고 산을 오를 수도 없고, 비도 오기 때문에,

등반에 필요한 것들만 챙기고 나머지는 코인 라커에 넣기로 했다.

이건 역에 있는 코인 라커인데, 최저 400엔에 보통 밤 12 기준으로 날짜가 바뀌기 때문에, 

산장에서 1박을 해야하는 내 경우는 800엔을 내야 한다.



근데 가와구치코 역에서 몇십 미터만 가면 이런 코인 라커가 또 있는데

여기는 최소 300엔에 시간 무제한 

(여기는 400엔이 최소고 왼쪽에 300엔짜리가 있는데, 거기는 확실히 시간이 무제한이었다.)



버스 정류장에 붙어 있는 낙석 안내 표시

이미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고 알고 있었던 거지만

요시다 루트의 8.5합목에 낙석이 있어 그 위로 등산로가 막혔다는 얘기.



아 몰라 일단 그냥 버스부터 타자.

작년엔 왕복 2200엔이었는데 올해는 2300엔으로 100엔 오름. 이거 매년 100엔씩 오르는건가?

7월 1일부터 등산시즌인데, 이날이 6월 30일이라 첫 버스는 여전히 8시 40분이다. (지난 포스팅 참조)



비가 오는데도 사람이 좀 있다.



버스 내리기 직전.

작년에는 거의 10시쯤 되어 5합목 정류장에 도착했는데, 오늘은 좀 빨리 왔다.

지난번엔 10시에 도착한데다가, 막차인 오후 4시20분까지 내려와야 해서 시간에 쫓겼는데,

오늘은 산장 예약을 해두었기에 언제 내려와도 되어서 마음이 편하다.



날씨 어쩔...



안개인지 비인지...



일단 등반시즌 오픈일 바로 전날이라 사람이 없진 않았다.



길은 안개에 휩싸여 있고

그만큼 습하다.



어딘지도 모르겠네.



여길 지나면 곧 6합목인데, 



여기까진 무척 수월하다.

일단 비때문에 카메라는 가방에 넣고 휴대폰(갤럭시 S7)으로 촬영 시작....인데 사실 비가 너무 와서 휴대폰으로도 거의 못찍음.

그리고 이 일 때문에 내 휴대폰은....



이제 본격적인 등산 시작.



비와서 사진은 띄엄띄엄.



초반은 완만한 길을 지그재그로 올라가다가, 7합목 즈음부터 이런 돌길이 나온다.

또 8합목 위쪽으로 가면 다시 지그재그임.



7합목이라고 써있긴 한데

어디서부터가 7합목인지는 잘 모르겠는게...뭐 산장 이름이 죄다 7합목 어쩌구라서...

보통 예약하지 않은 사람이 산장에 들어가면 안되는 것 같다. 아니면 들어가서 뭔갈 사먹거나...

방수작업과 내부 수리를 하고 있는 곳이어서 원래는 들어가면 안되는 곳이었는데,

비도 많이 오고 해서 양해를 구하고 현관에서 비옷만 바지 위로 덧입었다. 

이때까지 상의는 우의를 입고 있었지만 바지는 우의를 안입고 있었는데

더 젖으면 안될 것 같아서 뒤늦게 입긴 했지만 이미 많이 젖은 후였다.



작년 겨울에 왔던 위치까지 왔다.

8합목인데, 이 위로는 눈때문에 못올라가고 내려왔던 기억이...



여기가 겨울에는 눈으로 뒤덮혀 매끈한 사면을 이루고 있었더랬지...

근데 여름이라 눈도 없고, 길도 지그재그로 편하게 나 있다.

좀 지겹긴 하지만...



산장은 계속 나온다. 

문제는 우의 하의를 너무 늦게 입은건지, 신발 안에 물이 들어갔다

양말이 완전히 젖어 질척한 느낌인데 진짜 기분 별로...ㅠ_ㅠ



뭐 찍을게 산장밖에 없는데

안개(구름이라고 해야하나)때문에 뭐가 보여야 말이지...



이렇게 길이 계속 이어진다.



사실 옷이고 신발이고 다 젖은데다 비도 오고 바람도 미친듯이 불어서 정신이 없으니

사진을 찍었으되 여기가 어딘지 기억이 안남.

여기도 8합목이래...그냥 8합목에서 9합목 사이는 다 8합목 무슨무슨 산장인거 같다.



이번엔 본8합목(本8合目) 등장..ㅋㅋㅋㅋ

최종본-진짜최종본-마지막최종본 뭐 이런거 보는 느낌.

본8합목은 요시다 루트와 스바시리 루트가 합쳐지는 곳인데, 그냥 8합목보다 훨씬 윗쪽에 있다. 



일단 가긴 가는데..



바람이 진짜 미친듯이 분다.

가끔 돌풍이 불 때면 휘청거리지 않으려고 자리에 등산스틱을 짚고 가만히 서있기도...



신발도 다 젖어서 질퍽거리고, 바람도 미친듯이 불고...

정상에 갈 수 없다는 표지를 보니까 진짜 내려가고 싶다. ㅎㅎㅎ



그래서 내려가기로 결정.

솔직히 8.5합목에 막힌 곳까지는 가보고 싶었는데

의욕이 한순간에 사라짐.

여기까지 3시간이 채 안걸렸는데, 지난번 보다는 조금 빠른 페이스다. 



다시 8합목 표지석까지 내려와서



갑시다.



와 비 많이 온다...

그래도 조금 내려오니 바람은 좀 덜 분다.



한참을 내려가니 비도 좀 잦아든다.

그친 건 아니고, 좀 덜 온다.



예약한 세이칸소는 올라올때 지나친 6합목에서 한참 내려가야 있다.

근데 왜 여기도 6합목임?-_-



이날은 등산한것만 딱 이정도. 생각보다 후지산 등산로가 긴 편은 아니라 많이 걷진 않았다.


문제는 내려왔는데 아직 1시 반. 이제부터 뭘하지?

이 시간이면 그냥 버스타고 다시 내려가서 시내 호텔에서 편하게 지낼 수도 있긴 한데

예약해놓고 당일에 급하게 취소하는것도 예의가 아니기도 하고,  일본 산장을 한번 경험해 보고 싶기도 해서 그냥 입실.


결국 이날도 후지산 정상에 가보는데는 실패했는데....

<둘째날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