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 지리산에 또 다녀왔다.
작년 이맘때 갔다가 다시는 종주는 하지 말아야지 했었는데, 그새 까먹고...
사실 이번엔 작년보다도 더 즉흥적인 면이 있었는데,
작년에는 연휴에 할일이 딱히 없어서 즉흥적으로 계획을 세운 거였지만
이번에는 점심먹다가 지인들이 그날 밤기차로 지리산에 간다기에 그냥...=_=
결정부터 등산 시작까지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사실 항상 혼자 다녔기에 여럿이 가면 어떨까 해서 참가한건데, 결론은 똑같이 힘듦.
각설하고...
신탄진역에서 밤 11시 15분 기차를 타고 구례로 출발.
이새벽에 등산가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었는데,
일단 내가 탄 칸에만 해도 8명이 있었고.
나중에 알고보니 종주하는 사람들로 바글바글...
작년에 무릎이 아파서 고생한 경험이 있기에
이번에는 최대한 짐을 줄이는 걸 목표로 했다.
애초에 다른 사람들이랑 가니까 혼자 오버페이스해서 탈이 날 일도 없긴 하지만
어차피 작년과는 달리 당일산행이니 매트리스나 취사도구도 딱히 필요 없고,
음식도 김밥과 빵, 초콜렛 정도로 최소화했다.
일단 성삼재 출발점에 도착.
새벽인데 생각보다 사람이 엄청 많았다.
시작시간은 새벽 두시 반.
노고단고개를 지나
삼도봉 도착.
나의 최대 실수는
성삼재에서 나와 비슷하게 출발하는 사람들 중에 당일종주를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라는 생각이었는데,
요즘 코로나때문에 대피소 숙박이 모두 금지되었기 때문에 (매점만 운영)
이시간에 나와 오르는 사람은 모두 종주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일 수 밖에...
애초에 노고단 일출만 볼 사람들은 훨씬 더 뒤에 출발하겠지-_-
결국 모두가 당일종주를 목표로 하는 강철체력의 어르신+일부 젊은이였고,
모두 상당히 빠른 속도로 앞으로 달려나갔다.
우리는 일행이 셋이나 되고 그렇게 서두를 생각은 없었지만,
끊임없이 우리를 앞질러 가는 우리보다 훨씬 나이가 많으신 분들을 보다 보니 뭔가 자괴감이...ㅋㅋㅋ
5시가 좀 넘으니 벌써 환해지기 시작한다.
여러번 와도 여전히 여기 어딘지 모르겠다.
기록좀 해둘걸...
이미 해가 떴다.
연하천 도착.
밥먹고 저리로 가면 된다.
여기까지 4시간 정도?
작년 왔을 때보다 조금 느린 페이스인데,
체감상으로는 훨씬 느리게 온 것 처럼 느껴진다.
짐이 가볍고 신발이 편해서인가?=_=
여기서 처음이자 마지막인 식사를...
꼬마김밥 6줄인데, 다 먹고 나니 생각나서 마지막 한조각을 찍었다.
김밥 한세트만 더들고 올걸...이날 하루종일 배고파서 힘들었다.
초코바로는 채워지지 않는 허기...
뒤로 갈수록 일행들의 페이스가 떨어져서 많이 쉬었다.
짐줄이느라 카메라도 안가져가서 다 휴대폰 사진임.
문제는 휴대폰을 가방에 넣으니 꺼내기가 귀찮아져서 사진도 잘 안찍음.
뭐 지리산 사진이야 질릴만큼 있으니까 많이 안찍은것도 있고...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다. ㅋㅋㅋ
벽소령 도착.
여기까지 6시간 정도. 작년보다 한시간 정도 늦은 페이스.
근데 다행히 오늘은 무릎은 전혀 안아프다.
무릎 뒤가 조금 당기긴 하는데, 중간중간 스트레칭을 해 주니 괜찮았다.
뒤쳐진 일행들 기다리며 휴식.
음...작년도 비슷했던 것 같은데,
일단 엄청 덥다.=_= 아니 산인데 왜이렇게 덥지?
중간은 다 건너뛰고.
여기는 아마도 장터목 가기 전의 고개인 것 같다.
바로 장터목.
세석은 찍지도 않았네..ㅋㅋㅋ
날씨 좋다.
좀 쉬고 천왕봉에 왔다.
중간과정따위 없음.
천왕봉 비석.
블랙야크에서 무슨 이벤트가 있는지
다들 저 수건(?)을 들고 사진을 찍는데,
줏어들은걸론 뭐 인증샷을 찍으면 할인을 해준다는 것 같기도...
정확한건 잘 모르겠다.
우리가 올라온 길.
여긴 다른 쪽.
이제 내려가자. 하산은 중산리쪽으로.
내려올때는 너무 지쳐서 그냥 빨리 내려오고 싶은 마음에
스틱은 접어 가방에 넣고 뛰어내려왔다.
최종: 16시간 30분.
상당히 천천히 왔다.
중간에 쉬는시간 다 합치면 3시간은 될 듯.=_=
다 온줄 알았는데 여기서 또 버스 정류장 까지 가려면 2킬로 걸어야 한다고...ㄷㄷㄷ
내려와서 기사식당에서
두루치기에 김치찌개 흡입+맥주
셋 모두의 공통 의견은 다신 안올거라고...(근데 작년에 나도 이생각 했었는데)
다행인건 코로나 때문에 버스편이 줄어서 돌아오는 교통편이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 걱정했는데
산 위에서 아는 분을 만나 그 분의 산악회 단체버스를 얻어타고 왔다.
전혀 생각치 못한 우연이었는데 그덕에 매우 편하게 옴.
진짜 다시는 종주 안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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