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예정대로라면 둘째 날 일정은 아침에 늦으막히 일어나서
5합목 정류장으로 가서 10시 40분 첫차를 타고 가와구치코 역으로 내려가는 것이었다.
근데 전날 8시에 잤으니 늦게까지 잠이 올 리가 없고...
새벽 3시쯤에 깨서 화장실을 다녀오고 다시 자려니 잠도 안오는데
비도 좀 안오는 것 같고...어?
혹시나 해서 일기예보를 보니, 오전까지는 비가 별로 안오는것 같고, 바람도 어제보단 훨씬 덜 분다.
버스 시간도 여유있고...이럴거면 후지산에 다시 한번 올라갔다올까? 하는 생각이...
그래서 출발.
이때까지만 해도 내가 좀 미친거 같았는데,
또 아쉬움이 있다 보니까 그냥 가게 된다.
이럴거면 어제 갔다왔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있긴 했는데, 어제는 옷도 다 젖고 바람도 너무 심하게 불어서
도저히 가기 어려운 상황이었으니 셀프 익스큐즈.
신발이 덜말랐지만 양말은 완전히 말렸기때문에 어제처럼 많이 축축하진 않았다.
사실 오늘은 공식적인 첫 등산 개방일이다.
그래서 불도 켜있고 은근히 사람도 있음.
4시가 조금 넘으니 벌써 밝아오기 시작.
어? 해가 뜬다?
뜻밖의 해돋이 구경.
일단 저기까지만 가서 구경하자.
올라가서 빵먹으면서
해돋이 구경.
멋지다. 별로 기대 안했는데...
여기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이건 실제보다 어둡게 찍힌거고
실제론 이정도 느낌.
근데 조금 더 올라가니 또 비가 오기 시작.
급하게 화장실에 들어가 바지가 젖기 전에 비옷을 입고 만반의 준비를 갖춘 다음
올라가자.
비는 오지만, 확실히 어제보단 바람이 덜 불어서 오르긴 편하다.
대신 바람이 덜 부니 안개가 덜 날려서 시야는 더 좁다.
이쯤에서였나,
큰 소리로 쿵~쿠웅 하는 소리가 났는데
이게 천둥 소리인지 산사태 소리인지는 보이지 않으니 알 도리가 없고...
잠시 쫄아서 가만히 있다가, 용기를 내어 다시 오르기 시작.
잠깐 구름이 걷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훼이크임.
비가 계속 왔고, 휴대폰이 병맛된것도 알고 있고, 카메라마저 망가지면 안되기에 사진은 안찍고 오르기만 했다.
원래 8.5합목에서 산사태 때문에 등산로를 막아놨지만
그냥 손쉽게 넘어갈 수 있게 되어 있는데다, 그 뒤로도 정비가 완벽히 된 건 아니지만 정상까지 길이 있었다.
그래서 요시다 루트 정상 도착.
아무리 비가 와도 정상은 찍어야겠기에 카메라를 꺼내 비옷 안으로 넣고 조금씩 촬영.
정상이라는데 정확히 어디가 정상인지 모르겠다. 표지석도 없고...
안개때문에 분화구도 안보인다. 저 너머일 것 같긴 한데...
일단 이부근에선 여기가 가장 높아 보이는데, 저게 정상석인가?
정상까지 올라오는데 4시간이 조금 안 걸렸다.
이건 정상 표지석은 아닌거 같고
이것도 아닐텐데...
정상 표지석이 어딘가 있을텐데 못찾았다.
그리고 나중에 안 거지만 여긴 요시다 루트 및 스바시리 루트의 정상이고
실제로 후지산에서 가장 높은 곳은 화구 둘레를 따라 한참 돌아야 한다고 한다.
뭐 그걸 알았더라도 이날씨에 거기까지 가진 않았겠지만...
그냥 정상에 온걸로 치자. ㅎㅎ
내려가자.
여기도 낙석이 조금 있었나보다.
내려오면서 본 8.5합목의 바리케이트.
근데 옆으로 살짝만 넘어가면 된다.
몰랐는데 하산길은 등산길과 따로 있는데,
돌길은 아예 없고 윗 사진과 같은 자갈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지겹기도 하고, 신발이 완전히 마른건 아니기에 양발도 젖어 있으니 마찰때문에 발가락이 아프다. ㅋㅋㅋ
여튼 내려오는게 정말 지겨웠는데,
그래도 열심히 내려오니 어느새 6합목에.
근데 카메라를 비옷 안에 메고 내려왔더니 카메라 렌즈에도 습기가 찼다. ㄷㄷ
뭐여 이게
호러영화도 아니고...
저 앞서가는 애들은 아마 미국(으로 추정)인인거 같은데,
아까 내려가다가 만났는데 나한테 소시지를 줬다. 땡큐 가이즈.
그나저나 내려오면서 동양인은 거의 못보고 줄창 서양인들만 봄.
여기 일본 아닌가?
5합목 정류장에 도착.
항상 닫혀있는것만 보다가 열린걸 보니 신기하다.
카메라는 가방 안에 넣어뒀더니 다행히 렌즈 습기가 사라졌다.
5합목 정류장. 저 말은 뭐지?
정상쪽은 역시나 구름으로 덮여 있다.
정류장도 비가 왔다 그쳤다를 반복한다.
우의와 스패츠 등을 정리하고 가방을 다시 꾸린 다음 시계를 보니 아직 10시가 안된 시간.
10시 40분 첫차까지는 시간이 좀 있으니 뭘 할까...
하고 버스 시간표를 보니...
아 오늘부터 등반시즌이지...
다니는 버스 대수도 늘었고 더 촘촘해졌다.
일단 10시 30분 버스를 타기로 하고, 배가 미친듯이 고파서 먹을걸 찾으러 갔다.
생각해보니 아침에 빵조가리랑 내려오면서 미국애들이 준 손가락 하나만한 소시지 하나 외엔 아무것도 안먹었다.
1시간 정도만 기다리면 아래에 내려가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는데
그걸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배가 고팠다.
빵이나 면이 아닌 밥을 먹고 싶었는데, 마땅한 게 딱히 없다.
그래서 아쉬운대로 카레.
이게 880엔이니 확실히 바가지이긴 한데, 뭐 관광지니까...
맛은 뭐 평범한 카레.
후닥닥 먹고 버스타고 내려갔다.
처음에 오르기 시작할때는 좀 미친짓 같았는데,
등정하고 나니 뿌듯하기도 하고,
이날은 꽤 걸은 것 같은데 다리도 별로 안아파서 다행.
참고로 첫날과 이날 걸은 기록인데
오전 10시 이후에 걸은건 제외해야 하지만 참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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