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첫날 오전에 일정이 없으니 등산을 가기로 했다.
포틀랜드에서 동쪽으로 1시간 30분 정도 가면 Mt. Hood(3429m) 라는 산이 있는데, 워싱턴의 레니어 (Rainier)만큼은 아니더라도
이동네에선 꽤 유명한 산인 것 같다.
일단 스키장이 있기도 하고, 정상등반은 설산등반의 성지쯤 되는 모양.
여튼 가려고 생각은 해뒀는데, 문제는 여름은 눈이 녹는 시기이기 때문에 낙석이 많아 등반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한다.
굳이 가려고 하는 사람은 해가 뜨기 전 새벽에 가라고...
어차피 낮에는 일정이 있으니, 자정에 일어나서 등반을 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집에서 짐 싸기 전.
출장 짐보다 등반 짐이 더 많은 아이러니 -_-
낙석이 위험하다고 해서 헬멧을 챙기고, 혼자 가는데다 자일도 없긴 한데, 하네스도 혹시 몰라 가져갔다.
경로는 이렇다.
원래 전날 낮에 도착하자마자 잠을 자고 새벽에 출발하려고 했는데,
결국 아울렛도 가고 저녁도 먹고 심지어 맥주도 두잔 마셔서...ㅋㅋㅋㅋ
8시쯤 잠들었다가 11시에 일어나 차를 몰고 출발. 어둠을 뚫고 운전했다.
사실 Summitpost에 경로가 나와있기는 하지만 직관적이지 않아서 어떤 루트를 고를까 걱정했는데,
루트가 한눈에 잘 보이는 사진을 찾았다.
일단 Hogsback이 가장 쉬운 경로인 것 같아 그렇게 고르긴 했으나
결국 뭐 사진상의 Triangle Moraine 이라고 써있는 곳까지 갔다가 내려왔으니 루트 고민이 별 의미는 없었다. ㅋㅋ
밤 12시 반쯤 도착했는데,
여기에서 self permit을 작성하고 올라가면 된다.
원래 겨울에는 이런 모습. 산이 참 예쁘다.
여기는 남쪽 루트니까 남쪽 사진을 보면 된다.
이 사진때문에 무척 헷갈렸는데,
나는 스키어가 아니니 Climber's trail로 올라가야 할 것 같은데, 문제는 길이 명확하지가 않다는 점.
이 사진때문에 진짜 한시간 반정도 버린 것 같다.
내부는 전형적인 스키 하우스.
낮에는 여기서 스키를 빌릴 수 있다.
문제는....
일단 trailhead를 찾을 수가 없다.
사진의 Timberline lodge 옆에 계단이 있길래 이게 길이겠지 하고 올라가긴 했는데
일단 길이 있어 올라가긴 하는데...
조금 올라가다 보니 이 길이 아닌거 같다.
다시 내려와서 한참을 헤매다가, 아까 사진에 나왔던 Climber's trail start로 가봤는데, 거긴 또 길이 없다.
거의 한시간동안 헤매다가
지나가는 차가 있길래 (직원이었다) 루트를 물어보니, 여름에는 눈이 없으니 루트라는게 제대로 없다고...-_-
그냥 슬로프를 따라 올라가는게 좋을거라고 했다.=_=
여차저차 해서 결국 한시간 반을 허비하고, 구글맵 상의 trail을 따라 올라가기로 했다.
사실 이거 찾는것도 무척 힘들었음.=_=
뭐 달이 있긴 한데 그외엔 인공 조명이 없으니...칠흑이다.
헤드랜턴에 의지해 걷는다.
저기 빛은 스노우캣 (설상차)의 불빛.
중간 지점인 Silcox Hut
설상차가 스키 슬로프를 정돈하고 있다.
어? 여름에도 스키를 타는건가?
크램폰을 신기 전에 피켈 꽂아놓고 한컷.
6시 40분은 한국시간이고...현지 시간은 새벽 2시 40분.
거의 두시쯤에 오르기 시작했으니, 겨우 40분 좀 넘게 올랐다.
스노우캣은 열일중.
정돈된 슬로프를 따라 올라가면 되는데,
아무래도 그다지 춥지 않으니 눈이 단단하지 않아 발이 좀 빠진다.
그래서 슬로프 가장자리의 단단한 부분으로 걸었다.
문제는 뒷꿈치패드를 댔는데도 이놈의 Hanwag grunten 등산화때문에 뒷꿈치가 아프기 시작. ㅠ_ㅠ
아무래도 설산이니 발목보호가 되는 신발을 가져오긴 했는데,
이게 계속 경사진 오르막을 오르다 보니 뒷꿈치가 아프다.
그냥 K2 가져올걸....힘든걸 떠나서 계속 발꿈치 생각만...ㅠ_ㅠ
엄청나게 어둡다.
이제 스키 슬로프를 벗어나서 진짜 등산인데
문제는 눈이 녹아 드러난 땅은 풍화작용으로 거의 모래톱에 가까운 상황
발도 빠지고, 미끄럽고, 여튼 걷기 무척 힘들다.
빛이 없으니 별구경은 실컷 했다.
삼각대를 가져갔더라면 좋은 사진을 많이 건졌을 텐데...근데 나 원래 삼각대 없지 참. ㅋㅋ
잘 가고 있는지 확인. 실제론 이것보다 조금 더 올라갔다
전체의 2/3정도 오른 느낌인데...
아침전에 내려갈 생각이라 그만 내려갈까 하는데,
아직 칠흑같이 어둡다.
2700정도까지 올라왔다.
시간은 5시13분인데, 3시간 오른거 치고는 별로 못올랐다.
무척 천천히 오르기도 했고, 발뒷꿈치가 아파서...ㅠ_ㅠ
이날 해뜨는 시각은 6시 11분인데, 이제 내려가기 시작.
내려가는 길은 무척 즐겁다. 길이 안좋아서 좀 그렇긴 한데...일단 뒷꿈치 안아픈게 어디야...
조금씩 밝아온다. 아직 어둡지만...
해돋이를 볼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생각해보니 해는 동쪽에서 뜨잖아?
안될거야 아마...
슬로프 있는 곳까지 다시 내려왔다.
왼쪽에 불룩 튀어나온 Crater rock 아래까지 올라갔다고 보면 된다.
여기서 보면 거기서 정상까지 금방인거 같은데, 사면을 위로 찍어 그렇게 보이는 거고
실제론 무척 멀다.
슬슬 밝아오지만 달은 휘영청.
내려갈때는 슬로프를 룰루랄라 내려가면 된다.
뛰어내려가도 되지만 뭐 시간 많으니 천천히 사진찍으면서...
예전에 Elbrus에서 이와 비슷한 사면을 미친듯이 뛰어내려가다가 일행을 다 잃어버렸던 기억이 난다.=_=
내려오다가 본 등반객 두명.
지금 올라가려나 보다. 좀 위험해 보이는데?
내려오다 보니 스키의 부재가 무척이나 아쉽다.
아무도 없고, 적당한 경사에, 엄청나게 넓은 슬로프.
게다가 높은 기온 때문에, 얼어붙은 곳도 없다. 조금 슬러쉬이긴 하지만 스키타기엔 적당한 설질.
스키를 가져왔더라면 위에서부터 신나게 타면서 내려올 수 있었을 텐데.
물론 시간도 엄청나게 단축하고....
근데 내가 스키가 없으니까 뭐...ㅋㅋㅋ
내려가다보니 산이 보이는데.
저 산이 뭔지 모르겠다.
처음엔 Rainier라고 생각했는데, Rainier는 북쪽이고 저건 남쪽이잖아?
지도를 보니 아마 Mount Jefferson (3199m)인 것 같은데, 정확하지는 않다.
아무도 없는 슬로프에 내 발자국.
이거 열심히 정비해뒀는데 민폐는 아닌지 모르겠네...ㄷㄷㄷ
여름엔 낙석이 많다는 말을 이해할 것 같다.
거 참 낙석 많게 생겼네.
이건 점프대인가?
거의 다 내려왔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Silcox hut.
원래는 이 아래도 슬로프가 있는데,
여름이라 위쪽 슬로프만 운영하나 보다.
아래에는 눈이 없다.
밤엔 제대로 못봤으니 한컷.
직원 말처럼 길이 없는건 아니고, 이런 식으로 있긴 하다.
저 아래에 구름도 멋지다.
실제로 여기는 맑지만 포틀랜드로 돌아가니 저 구름때문에 날이 흐렸다.
멋지다. 이건 V50으로 찍은건데, 이사진이 EOS M 으로 찍은 것보다 좀 더 마음에 든다.
실제로는 훨씬 더 멋진 풍경이었는데, 사진으로 표현이 잘 안되는게 아쉽다.
햇빛이 기분좋다.
사실 이때는 너무 눈부셔서 힘들었지만..ㅋㅋ
거의 다 내려왔다.
슬로프가 엄청 길어 보였는데 이렇게 보니 별로 길지 않네...
이건 뭔가...벙커인가?
날씨도 좋고. 멋지다.
차가 요기잉네?
슬로프 정리를 뭐그리 열심히 하나 했더니, 여름에도 스키어들이 온다.
permit을 close 시키고
길이 너무 흙+모래 투성이라 신발과 바지를 좀 털고 싶은데,
압충공기인줄 알고 갔더니 물이다..ㅋㅋㅋㅋ
화장실에서 티슈로 신발을 살짝 닦았다.
정상까지는 못갔지만, 애초에 그럴 욕심은 그다지 없었고
이정도면 성공적인 등반.
다음에 또 온다면 겨울이나 봄에, 스키를 가지고 오고 싶다.
근데 또 올일이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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