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쯤 되니 압달라가 나를 깨운다.
두통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기분 탓인지 아까보다는 조금 나은 것 같기도 하다.
두꺼운 옷을 껴입고 준비를 한다.
다행힌건 지금까지 메고 올라온 무거운 배낭을 정상에는 지고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
작은 배낭에 물과 카메라, 보온용품 정도만 가지고 12시쯤 출발.
올라가는 길은 무척 가파르고, 몸상태도 안좋기 때문에 카두의 페이스에 맞춰 아주 천천히 올라간다.
심호흡을 해 가면서 무념무상으로 걷다 보니 어느새 Gilman's point.
Gilmans point-Stella Point를 거쳐 한참을 걸은 것 같은데 아직도 정상은 보이지 않는다.
Gilmans point에서 Uhuru peak은 가까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무척 멀다.
중간에 고정되지 않은 바위를 밟고 한바퀴 구르기도 하고..-_- 우여곡절끝에...
Uhuru peak 도착.
도착했는데 아직 새벽 5시라 해뜨려면 두시간 남았고
주변에는 옅게 안개가 낀 데다 달도 그믐이라 아무것도 안보인다.-_-
게다가 카메라는 플래쉬도 없어서 사진도 못찍고...
만년설이고 뭐고 결국 겨우 담은게 이거 한장이다.
해뜨기까지 두시간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몸상태도 안좋은데 그냥 내려가자.
내려오다가 길만스 포인트에서 한컷.
어스름이 조금 올라오는 정도지 아직 무척 어두워서 뭐 보이는 거라곤 없다.
한참 내려오다 보니 마웬지 뒤로 해가 뜨기 시작.
이제야 주섬주섬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는다.
근데 구름이 있어서 해도 잘 보이지는 않는다.
내려가는 길.
모래로 덮인 길인데, 경사가 40도에 가까워서 직선으로 오르지는 못하고 지그재그로 올라왔다.
내려갈때는 미끄러져 내려갈 수도 있기는 한데, 배낭도 메고 있는데다 신발을 망칠 것 같아서 올라온 길 따라 지그재그로 열심히 내려왔다.
내려오니 7시.-_-
전날 두통때문에 거의 쫄쫄 굶었지만 그래도 별로 식욕은 없다.
그나마 어제보다는 나아서 억지로 아침 식사를 했다.
원래는 오늘 호롬보까지 내려간 후 하루를 묵고 그 다음날 마랑구 게이트까지 내려가야 하지만
카두가 오늘 그냥 마랑구게이트까지 내려가는게 어떠냐고 제안을 한다.
내 스피드면 충분할 거라고 얘기하고,
내일 내려가면 내려가자마자 공항으로 직행해야 하는데 오늘 내려가면 내일 모시 시내 구경도 할 수 있다고 나를 꼬신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오늘 내려가서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쉬면 좋겠다고 생각해 Ok.
그리하여 8시에 키보 산장에서 출발.
호롬보까지 2시간, 호롬보에서 과일을 좀 먹고 만다라까지 두시간 반.
결국 만다라에 도착하니 1시 정도.
먼저 도착한 요리사가 파스타를 만들어 줬다.
압달라가 스푼을 안줘서 건데기만 떠 먹었다.-_-
파인애플도 먹고...
마랑구 게이트까지는 한시간 반.
내려오니 오후 세시가 조금 넘었다.
탁자위의 배낭은 내 것인데, 배낭에 넣어뒀던 카메라를 꺼냈더니 렌즈에 습기가 차서 사진이 뿌옇게 나왔다.
숙소로 돌아와서 환전을 좀 한 다음.
킬리만자로 맥주로 마무리.
오늘 하루 걸은 거리가
12km(우후루 피크 왕복)+9km(키보-호롬보)+11km(호롬보-만다라)+8km(만다라-마랑구)=40km
무거운 배낭을 메고 내리막만 28km를 걸었더니 등산화에 부딛혀 새끼발가락에 멍이 들었지만
그래도 푹 쉴 수 있어 기분이 좋다.
그나저나 걸은 거리는 제일 긴데 사진은 몇장 안되네...
'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산]그랜드 하얏트 호텔 (0) | 2015.08.16 |
---|---|
[Tanzania]Moshi 관광 (0) | 2015.05.29 |
[Kilimanjaro]셋째날: Horombo Hut-Kibo Hut (0) | 2015.05.29 |
[Kilimanjaro]둘째날: Mandara Hut-Horombo Hut (0) | 2015.05.29 |
[Kilimanjaro]첫째날: Marangu Gate-Mandara Hut (2) | 2015.05.29 |